지난 달 말, 시끄러운 시국에도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의 첫 내한 콘서트와 아주 오랜만에 돌아온 빅뱅 콘서트 티켓팅의 열기로 인터넷이 뜨거웠다. 동시 접속 55만명을 기록하는 콜드플레이 콘서트의 티켓팅의 암표 가격은 현재 1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도대체 이들이 누구이길래 사람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평소에는 경험하기 힘든 흥분과 열기로 사람들의 일상 중 하루를 마법과 같은 순간으로 만들어 주는 이런 뮤지션들 역시 현대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예술가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뉴욕에서 회화, 설치, 조각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네이트 로우맨 역시 미술관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 예술가로 급부상하고 있다.
1979년 생인 로우맨은 현재 38살의 젊은 나이로 이미 뉴욕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구겐하임 뮤지엄(the Solomon R. Guggenheim Museum), 휘트니 뮤지엄(the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등 거대 미술관에서 전시했었고, 뉴욕 유명 비평가 제리 살츠(Jerry Saltz)에게 “과대광고와 야단법석 떨지 않고 좋은 작품을 하는 작가”라는 나쁘지 않은 호평을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대중들에게는 스마일 이모티콘을 재해석한 그림과 총알이 뚫고 지나간 흔적을 망점을 강조한 실크스크린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로우맨의 스마일 이모티콘들이 잔뜩 그려진 그림 “Its So Wonderful Happy Endings Painting”을 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수많은 웃는 표정들이 서로 다른 색깔과 모습들을 하고 한데 어우러져 있다. 올림픽, 전쟁, 대중 문화, 자본주의, 종교 등 다양한 상징들이 모여 “웃고 있는” 모습은 끊임없이 다원화되어가고 있는 현대 사회의 개인과 떼놓을 수 없는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로우맨의 매력적인 작품들은 이미 기존에 있는 작품들을 패러디한 “재해석”시리즈이다. 5일 전,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이 인스타그램(Instragram, 사진을 올려 공유하는 SNS)에 올린 로우맨의 “Nate’s Marilyn”은 미국 추상표현주의 작가 윌렘 드 쿠닝의 “Marilyn Monroe”와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실크스크린 기법을 조합한 작품이다. 네이트는 마릴린 먼로라는 배우에 대한 개인적 관심보다 마릴린 먼로가 가지는 여성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관심으로 작품을 시작했다고 한다. 전시장에 다양한 크기로 복제된 “Nate’s Marilyn”은 전세계적으로 섹스어필의 아이콘으로 아직도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는 먼로의 이미지가 오버랩되게 한다.
로우맨은 또한 오노 요코의 작품도 재해석했다. 백남준과 요셉 보이스가 속해 있었던 혁신적인 행위예술 그룹인 플럭서스의 멤버이자 비틀즈 존 레논의 아내이기도 했던 오노 요코는 1961년에 관객이 작품을 직접 밟고 그 행위와 우연성들이 만들어내는 흔적을 담고자 한 “Painting to be Stepped on”이라는 작품을 전시했었다. 휘트니 뮤지엄에서 열린 “OFF THE WALL”이라는 그룹전시에서 바닥에 설치한 로우맨의 작품이 바로 그것이다. 로우맨은 이렇게 이미 존재했던 작품들을 재해석하는 것에 대해, 우리가 생각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을 다시 인식하고 돌아보는 것 자체가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명한 작품들의 로우맨 나름대로의 재해석은 예술의 존재를 환기시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로우맨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미술사의 다양한 시대와 작품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는데, 고대의 비너스상이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등 여러 명화들이 작품에 종종 등장한다.
로우맨은 현대의 예술 작품들이 사람들의 흥미를 끌거나 감동을 주기에는 범접하기 힘들 정도로 비싸기 때문에 “억만장자들의 포커 칩스(Poker chips for billionaires)”라고 비판하며 다른 이들의 도박 습관들이 그림의 가치를 바꾸는 것이나, 그런 사람들의 지시와 의도로 예술품의 가치의 변동이 시작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일까? 로우맨의 그림들은 다소 쓰레기처럼 보이는 소재들과 모습들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잡지나 신문의 사진들, 포르노 사진, 함께 콜라보레이션 전시를 했던 다른 작가의 페인팅 등 다양한 요소들을 자신의 그림에 혼합했다.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미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젊은 아티스트 답게 로우맨의 작품들은 일관되기보다는 매우 다채롭게 표현된다.
실크스크린 기법 뿐만 아니라 여러 미디어의 혼합으로 작품의 원본성, 작가의 존재가 흐려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그는 자연스럽게 팝아트의 아버지인 워홀을 떠올리게 한다. 작품이 가지는 희소성과 접근성의 어려움보다는 대중적인 것이나 현실의 일상적인 것들이 소재가 되고, 작가의 아이디어에 가장 무게를 두는 작품의 형식은 팝아트가 열어 둔 예술의 가능성의 확장이 이룬 축복일 것이다. 실제로 뉴욕에서는 로우맨과 함께 작업하는 예술가들을 “워홀의 아이들”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나는 관찰보다는 주로 사진이나 사물에서 작품을 시작해요.
이건 한 점에서 시작하기보다는 그것들과의 대화의 중심으로 깊이 들어가는 것과 같아요.
내가 방탄유리 구조를 만들어 낸 것은
그저 그것이 존재했고 흥미로웠기 때문이에요.”
맥락도 없고 중구난방처럼 보이는 작품들의 배치를 로우맨은 설치 작품이라고 명명한다. 그는 무한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우리는 작품들을 보며 나름대로 연결성을 찾아내고, 새롭게 해석하고, 의미를 바꾸고, 설명하려고 한다. 비단 로우맨의 작품을 관람할 때 만은 아닐 것이다. 로우맨은 자신의 무수한, 다양한 언어로 그저 우리에게 그 출발점을 제시해 줄 뿐이다. 마치 자신이 작업을 시작할 때 그러는 것처럼 말이다.
미국 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삶의 본을 제시하는 신화와 우리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현대사회의 샤먼이 예술가들이라고 말했다. 신화의 이야기 그대로를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그 은유와 상징을 이해해야 한다. 예술가는 그들의 방식대로 은유와 상징을 우리에게 ‘재해석’하여 보여주고 삶의 본질을 환기시키는 사람들이다. 로우맨은 뉴욕에서 활발한 전시와 작품 활동으로 우리에게 계속해서 다른 시각, 다른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의 앞으로의 여정 또한 기대가 된다.
“Art asks questions about things.
It’s not just about problem-solving,
but about expanding possibilities of stuff, of life.”
2016. 12. 05 | Artists | SEOHEE
'winds > Artis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6. 삶을 여정하며 자신을 만나는 예술가, 이브라힘 엘-살라히 Ibrahim el salahi (0) | 2018.12.20 |
---|---|
5. 퍼포먼스로 의미있는 삶을, 오노 요코 Ono Yoko (0) | 2018.12.20 |
2. 도발적인 행위 예술가, 뱅크시 Banksy (0) | 2018.12.19 |
1. 차이를 포용한 사진작가, 낸 골딘(Nan Goldin) (0) | 2018.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