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빛으로 물든 낙엽을 더 붉게 물들이는 햇살이 가득한 시간을 마주하면, 아름다운 빛깔에 넋을 놓으면서도 코 끝이 찡하며 작은 슬픔이 스쳐 지나간다. 이 시린 황홀함은 타오르는 풍경을 눈에 담는 동안 차가운 바람처럼 머릿속을 어지럽히곤 한다. 어느 나무 수많은 잎들 중 하나도 붉게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없음을 그저 바라만 보아야 해서일까. 시간이 흐르며 계절처럼 내 곁의 인연들도 한 잎 한 잎 뚝뚝 떨어져 스러지는 것을 아느냐는 자연의 냉혹한 물음인 걸까. 눈에 담는 것으로는 아쉬워 사진을 찍고 발을 돌려 갈 길을 가면서도, 마음 속에 들어와 소용돌이치며 흐트러진 낙엽들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스쳐 지나간 인연들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새학기 첫 날 칠판에 가득 점을 찍고 연결한 후, 우리가 모두 하나의 점이라며 이 점들이 만나 영향을 주고 받으며 이 세계가 이루어져 있다고 할 때, 우리의 만남은 얼마나 운명적이고도 신비로운 것이냐고 말했던 젊은 교수님은 그 다음 주 정장 차림의 다른 교수님의 부고와 함께 다시는 볼 수 없었다. 고등학생때 트위터를 처음 하며 친해져 일상을 공유하던 친구들 중 한 명은 다른 친구의 화재사고 뉴스 전달로 부산의 장례식장에서 사진으로 만나게 되었다. 그 수업은 이어 들을 수 없었고, 그 이후로 나는 트위터도 하지 않는다.
그 때 마다 눈물이 났다. 딱 한 번 본 사람과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지만 아직도 그들은 내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작은 파동을 일으키곤 한다. 만약 그 새벽에 그 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면, 그가 그 건물에 있지 않았더라면 하는 생각을 하다가 이내 남는 아픔만 바라본다. 낙엽이 붉어지는 것처럼 그리고 떨어지는 것처럼 우리가 부여잡지 못하는 것들이, 마지막 잎새를 그릴 수 조차 없는 것들이 있다.
이렇게 가고, 또 가버리는 것이 삶이라면, 남은 사람들은 이를 지켜보고 감내해야 하는 것이라면 붉은 빛이 주는 아름다움은 내겐 어디에 있을까. 곧 떨어져 버린다는 것을 모른다면 시리지 않을 황홀함에 나는 경탄한다.
2019. 11. 25 | Ess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