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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조화를 이루는 삶과 건축, 르 코르뷔지에 Le corbusier

some wind 2018. 12. 25.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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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이하면 언제나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여러 다짐들과 올해 지킬 나와의 약속들을 정하기 마련이다. 올해는 꼭 책을 몇 권 더 읽어야지, 영어 공부를 해야지, 운동을 해서 더 건강해져야지, 좋은 습관들로 더 나은 삶을 꾸려야지 등 매번 머릿 속에서 생각하는 걸로 그쳤던 일들을 적어보기도 하고 되새기며 다짐해 본다. 

오는 한 해, 어떻게 내 삶을 꾸려나가면 좋을까?

한가람 미술관 르코르뷔지에 전시 포스터

그 해답을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 '현대 건축의 아버지 르코르뷔지에 전(展): 4평의 기적’에서 삶과 건축의 아름다운 조화를 보여주는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를 만나면서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바우하우스 커리큘럼

1919년 세워진 독일의 현대예술학교 바우하우스(Bauhaus)의 창립자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는 건축을 미술, 공예, 조각 등 조형예술을 모두 통합한 종합예술이라고 주장했다. 화가와 조각가, 공예가, 건축가들이 협력하고 교류하며 조화를 이루는 예술을 추구했던 것이다. 건축은 우리 삶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삶의 필수 요소인 의,식,주 중 하나인 거주 공간을 설계하는 것이다. 

발터 그로피우스를 비롯한 바우하우스의 교사들은 건축에 단지 건물의 설계 뿐만 아니라, 내외부를 장식하는 시각 예술의 일면과 가구나 소품 등 공예적인 측면 등 다양한 예술 장르가 총 집합해 있다고 여겼다. 심지어 퍼포먼스가 이루어지는 공간 또한 건축의 결과물이다.

르 코르뷔지에는 본인 자체가 건축가이면서 조각가, 공예가이고, 화가이면서 작가였다. 현재까지도 아주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건축의 형식과 구조의 시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현대 건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건축가로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우리들 중 대부분이 살고 있고, 길거리, 전 세계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아파트’가 바로 르 코르뷔지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것이다.

유니테 다비다시옹

제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유럽은 파괴된 건물들과 황폐해진 도시로 앓고 있었다. 집을 잃은 난민들과 늘어가는 빈민가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고, 이런 도시 주택 위기를 극복할 대책이 필요했다. 르 코르뷔지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주거를 제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유니테 다비다시옹(Unité d’Habitation), 여러개의 유닛(Unit)으로 이루어진 다세대 고층 빌딩이다.

르 코르뷔지에는 좁은 공간에 건물을 높게 쌓아올리고 개인이 살아가기에 충분하고 편리하게 구성된 공간들을 질서있게 배치했다. 테라스 벽면에는 강렬한 원색을 나름의 리듬에 따라 칠해 두어 외관상으로도 지루하지 않고 아름다운 건물이 탄생했다. 주거공간으로 차지할 공간들을 줄여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과 문화시설, 학교 등 공공시설을 두어 더욱 효과적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유니테 다비다시옹

커다란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유니테 다비다시옹은 르 코르뷔지에가 주장했던 현대 건축의 다섯가지 원칙을 모두 반영하고 있다. 르 코르뷔지에의 현대 건축의 다섯가지 원칙은 건물을 얇은 기둥으로 지면보다 높이 받치는 필로티, 자유로운 파사드(건물의 정면), 수평으로 길게 뻗어있는 넓은 창문,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입면과 옥상에 있는 정원을 말한다.  

사보아 빌라

이 원칙들은 보험회사 중역이었던 사보아 가족이 의뢰하여 건축된 사보아 빌라에서 더 확연하게 드러난다. 코르뷔지에는 스승 샤를 레폴라트니에와 함께 한 유럽여행에서 경사진 지붕과 두꺼운 벽면으로 구성된 집들에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 후 파르테논 신전을 보고 느낀 충격을 백색의 저택으로 표현해내었다.

파르테논 신전

파르테논 신전을 연상시키는 건물을 받치는 흰색의 철근 콘크리트 기둥들은 건물의 무게를 균형적으로 지탱할 수 있는 위치에 설치되어 볼륨감 있는 외형을 만들어내었다(자유로운 파사드). 또한 내부와 외부가 경사로로 연결되어 개방적인 구도를 취했으며, 곡선을 그리며 올라가는 계단으로 층 간이 유연하게 분리된다. 수평으로 넓게 펼쳐진 창문은 많은 빛을 수용하며, 옥상에 만들어진 정원은 삭막해 보일 수 있는 단순한 형태의 건축물을 자연과 조화시킨다.

르 코르뷔지에는 이 원칙들을 리듬과 질서를 통해 조화롭게 배치시키고 이 모두가 하나의 완벽한 형태로 통합되어 기능하기를 바랐다. 넓은 창문은 외부의 풍경을 건물 내부로 끌어들였으며, 철근 기둥이 만들어낸 유기적이고 자유로운 공간은 용도와 목적에 따라 다양한 기능으로 변모할 수 있었다. 분명한 역할로 공간이 분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연결되어 조화를 이루는 코르뷔지에의 건축은 삶과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총체적인 예술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듯 하다.

모듈러

또한 코르뷔지에는 인간의 신체와 공간이 보다 효과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새로운 단위도 만들어냈다. 바로 모듈러(Modulor)다. 

다빈치의 인체 비율과 황금 비율, 피보나치 수열 등 수학적 체계를 적용하여 프랑스 남자 평균 키인 175cm와 팔을 들어올린 높이 216.4cm(후에 미국인 남성 평균키 183cm와 팔 들어올린 높이 2.262cm로 수정되었다)를 기준으로 인체의 다양한 자세에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측정 단위를 만들어낸 것이다. 

모듈러는 건축과 가구 등 많은 곳에 사용되었다. 질서 정연하게 구성된 그의 공간들은 불필요한 부분 없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으며, 군더더기 없었다. 일부는 삭막한 현대 도시의 초상을 그려낸 주범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공간과 공간, 공간과 인간 사이의 조화를 이해한다면 삶 속에 녹아들어 자연스럽게 기능하는 코르뷔지에의 건축을 다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열린 손 La main ouverte, 1963

살아가면서 내 방, 내 집, 나의 사무실을 디자인하고 설계할 수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그렇지 못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 하루, 한달, 일 년을 우리 나름의 질서대로 조화롭게 설계할 수 있다. 내 몸이 거주하는 공간 뿐만이 아니라 내가 꾸려나가는 시간의 설계 또한 건축 단계의 하나가 될 수 있지는 않을까? 

우리 앞에 펼쳐진 물리적이거나 그렇지 않은 공간들, 나의 삶과 꿈 또한 내가 부여하는 질서와 내가 행하는 다양한 예술이 총체화되는 종합 예술의 장이라고 생각한다. 본질적이고 탄탄한 뼈대를 먼저 잘 세우고, 그러면서 유연하고 자유롭게 공간을 구성한 코르뷔지에처럼 2017년을 멋진 자신만의 해로 완성해 나가기를 바란다.

르 코르뷔지에


2017. 01. 02  |  Artists  |  SEO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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