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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다층적인 이미지의 마술사, 시그마 폴케 Sigmar Polke

작년 여름 전 세계를 강타했던 포켓몬 고(Pokemon go) 게임이 드디어 한국에서도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어릴 때 봤던 편을 또 보며 많은 시간을 함께 했던 포켓몬스터 만화영화의 캐릭터들이 내 방 침대 위, 근처 공원, 가는 곳 어디든지 출몰해 직접 몬스터볼을 던져 잡을 수 있다. 팀을 정해 곳곳에 위치한 체육관에서 진화시킨 포켓몬으로 대결도 할 수 있다. 핸드폰 화면 속만을 헤엄치던 사람들이 포켓몬을 잡기 위해서 집 밖으로 나오고 밖에서 만난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 기술을 통해 또 하나의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 AR) 기술은 현실의 이미지나 배경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겹쳐서 하나의 영상으..

winds/Artists 2019.12.04

10. 온몸으로 체험하는 예술, 올라퍼 앨리아슨 Olafur Eliasson

너무도 복잡하고 다양해진 시대를 살아가며 하루하루 수많은 정보들을 접하고 피곤함을 느끼는 현대인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는 라이프스타일이 있다. 집 안에 쌓아두던 물건을 버리고 꼭 필요한 물건들로만 단순하고 가볍게 살고자 하는 이 생활 양식은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 미니멀 라이프스타일이라고 부른다. 라이프스타일 뿐만 아니라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는 건축, 패션, 디자인, 일상 용어 등 많은 부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단어이다. ‘최소화(minimal)’한다는 뜻의 미니멀리즘 예술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1960년대 미국의 몇몇 예술가들은 예술의 본질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회화가 다른 무엇인가를 재현하는 게 아니라 작품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도록 예술의 순수성을 추구하는 추상표..

winds/Artists 2019.11.29

9. 유머러스한 풍자 예술가, 게릴라 걸스 Guerrilla girls

누구나 좋아하는 예술가나 작품이 있을 것이다. 그 예술가는 남성인가? 그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이 옷을 벗고 있는가? 만약 이 중에 “예”라는 대답이 있다면 아래 포스터를 한 번 보자. 19세기의 프랑스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그림, 를 패러디한 이 포스터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여성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누드여야만 하는가?”. 질문에 이어 수치가 등장한다. 현대 예술가 중에서 단 5%만이 여성이며, 그에 반해 85%의 누드 대상은 여성이라는 내용이다. 그림 속 여인은 매혹적인 뒷모습을 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듯 하면서도 요염한 시선을 던지고 있다. 제목인 오달리스크는 옛 오스만 투르크인 터키 황제의 시중을 드는 여성 노예들을 일컫는다. 해부학적..

winds/Artists 2019.11.26

시린 황홀함

주황빛으로 물든 낙엽을 더 붉게 물들이는 햇살이 가득한 시간을 마주하면, 아름다운 빛깔에 넋을 놓으면서도 코 끝이 찡하며 작은 슬픔이 스쳐 지나간다. 이 시린 황홀함은 타오르는 풍경을 눈에 담는 동안 차가운 바람처럼 머릿속을 어지럽히곤 한다. 어느 나무 수많은 잎들 중 하나도 붉게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없음을 그저 바라만 보아야 해서일까. 시간이 흐르며 계절처럼 내 곁의 인연들도 한 잎 한 잎 뚝뚝 떨어져 스러지는 것을 아느냐는 자연의 냉혹한 물음인 걸까. 눈에 담는 것으로는 아쉬워 사진을 찍고 발을 돌려 갈 길을 가면서도, 마음 속에 들어와 소용돌이치며 흐트러진 낙엽들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스쳐 지나간 인연들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새학기 첫 날 칠판에 가득 점을 찍고 연결한 후, 우리가 모두 하나의..

Some/Essay 2019.11.25

가족에 대하여

가족에 대하여 활기 넘치고 복작거리는 집, 모두가 있는 그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혼자 길을 걷다 너무 외로울 때는 독신 거주자가 가장 많을 이 도시에서 나를 뺀 모두가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 잡히기도 한다. 그러고 나면 곧 적잖이 놀라게 된다. 내가 가장 벗어나고 싶었던 곳이 바로 그 집이었기 때문이다. 무엇이 집을 그렇게 떠나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었을까. 아파트는 죄가 없다. 『이상한 정상 가족』의 저자 김희경은 부모-자녀의 4인 구성 가부장적 핵가족 형태인 ‘정상 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우리에게 부여된 것을 그 원인으로 꼽는다. ‘정상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언제나 화목하고 행복한 모습이어야만 하며, 남들이 모두 그렇듯이 특별한 문제가 있어서는 ..

Some/Essay 2019.10.29

8. 조화를 이루는 삶과 건축, 르 코르뷔지에 Le corbusier

2017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이하면 언제나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여러 다짐들과 올해 지킬 나와의 약속들을 정하기 마련이다. 올해는 꼭 책을 몇 권 더 읽어야지, 영어 공부를 해야지, 운동을 해서 더 건강해져야지, 좋은 습관들로 더 나은 삶을 꾸려야지 등 매번 머릿 속에서 생각하는 걸로 그쳤던 일들을 적어보기도 하고 되새기며 다짐해 본다. 오는 한 해, 어떻게 내 삶을 꾸려나가면 좋을까? 그 해답을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 '현대 건축의 아버지 르코르뷔지에 전(展): 4평의 기적’에서 삶과 건축의 아름다운 조화를 보여주는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를 만나면서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1919년 세워진 독일의 현대예술학교 바우하우스(Bauhaus)의 창립자 발터 그로피우스(Wal..

winds/Artists 2018.12.25

7. 감각을 깨우는 예술가, 필립 파레노 Philippe Parreno

거리가 반짝이는 전구들로 물들고, 매서운 겨울바람에 아랑곳않고 울려퍼지는 캐롤에 들뜨는 주말이다. 시내를 돌아다니는 모두가 기독교도 아니고, 성탄절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며 안부를 묻고 약속을 잡는다.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설레게 만드는 걸까? 물론 그리스도의 탄신일이라는 종교적인 의미가 중요하게 다가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크리스마스는 지금 기독교 국가가 아닌 나라에도, 12월에 따뜻한 나라들도 모두 즐기는 전세계인들의 축제가 되었다. 연말연시를 환하게 밝히는 형형색색의 조명들과 신나는 노래, 깜짝 선물과 카드를 주고받는 일들은 한 해의 마무리와 새로운 해의 시작을 맞이하는 설레는 기분을 더욱 증폭시킨다.크리스마스를 기념하던 본래의 의미가 전환되어 새로운 의미로 소통되고 있..

winds/Artists 2018.12.23

블랙 팬서 Black Panther (2018), 여성성이 강조된 히어로

여성성이 강조된 히어로 블랙 팬서 (Black Panther), 2018, 라이언 쿠글러 감독 남성성의 제국과 다름없는 현대 사회 블랙 팬서 영화를 본지는 꽤 되었는데,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이제야 리뷰를 쓴다. 영화 첫 장면? 으로 기억하는 영국 박물관 내부 장면은 아주 통쾌한 장면이었다. 저 사진에 보이는 촬영지는 실제 영국 박물관이 아니라 미국의 한 뮤지엄이라고 한다. 큐레이터가 실려 나오는 부분은 영국 박물관의 로비 모습이었다. 어쩐지 지난 1월에 다녀온 영국 박물관의 아프리카관에서 보지 못한 유물들이라 미처 보지 못했던 방이었나 했다. 힙하게 등장한 킬몽거는 유물의 발굴 장소와 시기를 설명하는 박물관 큐레이터에게 유물의 진짜 근원지와 "니들이 훔쳐간" 유물의 전시 유래를 설명해준다. 킬몽거가 강..

winds/Movie 2018.12.20

6. 삶을 여정하며 자신을 만나는 예술가, 이브라힘 엘-살라히 Ibrahim el salahi

차가운 바람과 낮은 기온의 본격적인 한파로 들어서는 가운데, 올해 들어 다섯 차례나 청년 실업률 월별 최고치를 경신할 정도로 청년 취업률에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고 한다. 좁은 취업 시장에서 눈에 띄고, 살아남기 위한 자기소개서를 위한 공부도 따로 해야 할 정도다. 표절 검사를 하면 걸릴 정도로 진부한 표현들을 써서도 안되고, 면접관들을 사로잡을 구체적인 스토리와 기업의 인재상에까지 부합해야 하는 자소서는 나를 ‘소개’하는 것인지 ‘끼워 맞추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과연 나를 토익 점수나 대외활동 에피소드로 표현할 수 있긴 한 걸까? 얼굴에 석고를 바르고 죽은 토끼를 안고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중얼거리는 퍼포먼스를 한 독일의 현대예술가 요셉 보이스(Jeseph Beuys)는 플럭서스 행사에..

winds/Artists 2018.12.20

5. 퍼포먼스로 의미있는 삶을, 오노 요코 Ono Yoko

벌써 2016년의 마지막 달이다. 지난 12월 8일은 여전히 전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비틀즈의 멤버 존 레논의 기일이었다. 존 레논의 아내이자 플럭서스 운동을 주도했던 예술가들 중 한명인 오노 요코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레논을 추모하는 글을 올렸다. “1980년 12월 8일, 존 레논의 죽음 이래로 미국에서 120만명을 넘는 사람들이 총기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라고 적힌 이미지를 첨부하며 요코는 매일 91명의 사람들이 총에 의해 사망한다며 미국을 다시 평화의 땅으로 돌려놓자는 메세지를 덧붙였다. 오노 요코는 존 레논과 함께 “전쟁은 끝났어요 (당신이 원한다면). War is Over (If you want it).”라고 적힌 대형 포스터를 제작하여 영국 11개 대도시에 부착해 평화의 메세지를 전달했었..

winds/Artists 201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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